건축대학 알고가자
책 소개
건축이라는 것은 하나의 학문이자 예술이며 기술로 볼 수 있는 매우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분야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간사회에서 건축이란 행위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생존 외의 문화적 차원에 속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21세기의 현 시점에서 초고층 및 친환경 건축, 그리고 IT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건축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의 건축가들은 기존의 건축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기존의 육면체형상의 건축물에 식상한 건축대학 신입생들에게 최근 국내의 다양한 프로젝트(비정형건축, 초대형 건축)는 한국에서도 건축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landmark) 건축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건축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세계 곳곳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볼만한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대지 위에 우뚝 선 랜드마크 건물들이 추상미술작품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구나 건축을 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으며 잘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는 건축을 전공한 이들이나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조차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건축을 잘하지 못하며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건축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사는 건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 문제의 정답을 말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잘 해보려는 노력 없이 건축은 결코 잘 할 수가 없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며 자기의 길에 대해서 가득 찬 회의(懷疑) 역시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하나의 장애요소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건축이라는 전공을 선택할지도 모르거나 건축을 전공으로 이제 막 선택한 이들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 및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했던 필자가 이러한 문제들을 미리 인식하여 보다 나은 건축학부 과정을 거쳐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본인이 대학에 입학할 시기에는 건축학과가 상당한 인기학과였고 사회적으로 명예와 벌이도 괜찮은 직업이었으며 인식도 매우 좋았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적성이건 전망이건 기타 등등에 대해서 고려하지도 않고 그저 수능 점수대에 맞추어서 그리고 부모님과 주변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건축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적지 않은 이들이 건축을 이러한 이유로 전공으로 선택하였다. 물론 이런 선택에 대해 후회가 없지는 않았다. 본인은 학사 및 석사과정동안 건축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잘 하지도 못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 사람이 주제넘게 후배들에게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시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고 보지만 적어도 실수와 실패를 당신보다 많이 해 본 사람으로서 건축을 전공으로 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실망스럽고 힘이 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은 이 책을 저술할 자격이 나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거가 아닌 현재 남보다 건축대학 수업 적응문제에 관해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한 공감을 통한 공론화가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본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건축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려는 이들 만큼은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인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충분한 자료를 구하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 책이 후배 여러분들의 건축에 관한 지식, 모델만들기 및 드로잉스킬, 컨셉구상능력 등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주지는 못하겠지만 건축을 공부함에 있어서 방향을 몰라 헤매고 있거나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여 흥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최소한 학부수업에서 만큼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여 원하는 바를 얻도록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특별한 점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건축물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것도 아니며 건축을 전공하기를 원하는 학생이나 현재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진로고민이나 학과생활 적응문제로 인해 이도저도 못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살아있는 조언들을 해주기 위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은, 입시위주의 공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다가올 중요한 선택의 순간인 전공선택과 대학수업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말해주무로서 건축을 전공하게 되는 경우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실제 자료를 첨부하여 자세히 기술하였다.
이 책은, 감상적인 글로 건축의 매력을 부추기지도 않았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한 책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현실적 정보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였고 건축의 명암을 좀 더 확실히 보여주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로 쓴 책이다.
책을 쓰면서 건축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보겠다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실제 그랬다. 학부시절 학업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지난 시간들을 지금의 노력으로 채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이 책을 쓰는 내내 계속되었다. 이 책에서는 학부생활에서 적응을 잘하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을 위주로 담았다. 학부를 졸업한 후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였으나 너무나 다양한 진로가 있으며 아직 현직자로서 경험이 충분치 않아 이에 대한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기에 훗날로 미루었다. 하지만 좀 더 빠른 시간에 이를 간절히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보다 유익하고 많은 정보를 담은 책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2019년 여름
주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