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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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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저자
유현준 저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8-06-12
등록일
2021-06-0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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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과연 이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알쓸신잡2>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신작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하고 <알쓸신잡2>에서 쉽고 재밌게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건축가 유현준이 우리가 매일같이 할 법한 고민을 제목으로 한 신작을 펴냈다. “어디서 살 것인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먼 일이 되고 있는 요즘,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고민은 우리를 힘겹게 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서 살 것인가』는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어떤 평수로 이사할 것이냐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도시와 우리의 모습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던 저자는 이 책에서 “어디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도시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어디서’는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자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냐가 아닌,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차를 선택할 때 외관 디자인이나 브랜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에 가느냐이듯이 우리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도시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변화는 당연히 어렵고 시간도 걸리는 일이지만 우리가 살 곳을 스스로 만들어 가자고 말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우리의 ‘생활’과 ‘건축’과 ‘도시’를 종횡무진하는 독특한 시각과 통찰

이 책에서 보여 주는 건축가 유현준의 통찰은 자유로운 공간을 닮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그의 이야기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고, 첨단 과학과 전통이 맞물려 있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다채로운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리 모습을 예리하게 들여다본다. 우리는 저자가 이끄는 대로 고대 종교 건축물의 효시인 괴베클리 테페의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새 현대 한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다시 SNS 같은 사이버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눈 깜짝할 새 또 우리 집 앞 골목길로 돌아와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여러 명의 MC가 쉴 새 없이 말을 주고받는 <라디오 스타>처럼 중심도 없고 경계도 모호한 특성을 보여 주는 현대 건축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듯이 동료들끼리 활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옥의 형태인 ‘밥상머리 사옥’, 대형 쇼핑몰에는 항상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것과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대형화와 고층화가 대세인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공간인 골목길을 지킨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건축물을 둘러보듯이 책의 구석구석을 유영하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올 것이다. “과연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일까?” 이 책을 통해 그 기준이 바뀔 수도 있고 혹은 더 단단해질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건축은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건축이 만드는 사회, 사회가 만드는 건축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이 책은 단연 건축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문을 여는 주제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 12년 동안 생활하는 학교 이야기다(1장). 몇 십 년 동안 한결같이 상자 모양의 4~5층짜리 건물과 대형 운동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학교의 건축은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아이들이 생활하기에는 너무나 획일적이고 거대하다. 한국에서 이런 구조로 된 대표적인 건축물은 교도소와 학교 둘뿐이다. 둘 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과 담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올 수 없듯이 교도소 같은 건물에서 획일적인 교육 아래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대형 학교 건물 안의 똑같은 교실, 숫자만 다른 3학년 4반에서 커 온 아이들은 대형 아파트의 304호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 40년간 학생 1인당 사용하는 실내 면적은 7배 늘었는데, 학생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각종 특별활동실, 체육관, 식당, 강당, 도서관 같은 내부 시설은 늘어났지만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다양한 취향과 결이 사라지지 않고 창의성이 빛날 수 있도록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나누어져야 하며, 그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건이 안 되면 테라스라도 만들고,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천장과 다양한 모양의 교실도 필요하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학교 이야기에서 더 절실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크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건축물 괴베클리 테페부터 미래 도시의 지하 농장과 도로 발전소까지,
익선동의 골목길부터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까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직조해 나가는 도시의 얼굴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리가 역사를 가정할 수는 없지만 건축과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다. 파라오와 진시황제는 권력의 과시와 생존을 위해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들이 온몸으로 내뿜고 있는 거대한 무게를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공식으로 환산해 보면 둘의 힘의 차이가 드러난다(6장).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건축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일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SNS를 많이 할까? 1인 가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좁아지는 주거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SNS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여유 공간은 없어지고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을 지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시선의 집중을 받는 사람이 권력을 갖듯이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자원 삼아 권력을 조금씩 수집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 사회에 끼친 영향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관객들이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는 이 같은 원형극장이 있었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배우가 되면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 말은 국민 누구나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권력자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시선의 집중을 받았다면 관객이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에서는 그 위치가 바뀐다. 왕이나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언제든지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평등한 권력의 공간 구조를 제공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공간 구조를 참조해 21세기형 원형극장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7장).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그 건축 공간들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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