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The Hole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세계
그 안을 파고드는 편혜영의 시선
편혜영의 네번째 장편소설 『홀The Hole』이 출간됐다. ‘그로테스크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2005)을 출간한 이후 작가는 새 작품마다 변화의 지점을 만들어가며 초창기 작품 세계를 넘어서는 밀도 높은 서사와 문장의 긴밀성을 장점으로 한 작품들을 써왔다. “치밀하게 계산된 모호함”으로 “삶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능력”(소설가 오정희)을 갱신하며 소설을 튼튼하게 다져온 편혜영은 이효석문학상(2009), 동인문학상(2012), 이상문학상(2014), 현대문학상(2015)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세계』(2014년 봄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 「식물 애호」에서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오기의 삶을 큰 줄기로 삼으면서, 장면 사이사이에 내면 심리의 층을 정밀하게 쌓아 올렸다. 또한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엮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벌어지는 일들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일면이 서로 단단히 연결된 문장들로 기록되었다.